
제품은 자신 있는데 파는 법을 모른다. 국내 제조 중소기업 대표들이 상담 자리에서 가장 자주 털어놓는 고민이다. 온라인 판매가 필수가 된 시대, 이 고민에 대한 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카페24는 14일 서울 여의도 FKI플라자에서 'K-제조 이커머스 혁신 컨퍼런스'를 열고, 오픈마켓 중심 판매 구조에서 벗어나 D2C(소비자 직접 판매)로 성장 기반을 새로 마련한 제조기업들의 사례를 공유했다.
이날 발표에서 반복해 등장한 표현은 '마켓 의존의 함정'이었다. 대형 플랫폼에 입점하면 판매는 일어나지만, 수수료와 광고비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더 큰 문제는 판매의 결과물이다. 고객 정보도, 구매 데이터도, 브랜드 인지도도 회사가 아닌 플랫폼의 자산으로 쌓인다. 한 발표자는 "판매가 늘수록 플랫폼의 이익만 커지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270조 원 규모를 넘어선 지금, 제조사가 이 구조를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온라인 운영 지식이 없는 대표 입장에서는 사람 한 명을 뽑아도 무엇을 시켜야 할지 캄캄하고, 결국 접근성이 낮은 플랫폼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37.9%가 디지털 전환 실행 계획 수립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어떻게, 무엇부터' 시작할지 모르는 것이 핵심이라는 얘기다.
이날 소개된 사례는 그 벽이 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OEM·ODM 위주로 사업해 온 개미식품은 IT 지식과 사내 디자이너 없이 자사몰 '케미몰' 구축에 나서, 약 3개월 만에 오픈해 초기부터 유의미한 매출 전환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사몰을 발판으로 일본 등 해외 시장에 직접 진출해 성과를 낸 브랜드 사례도 이어졌다. 공통점은 제조사가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생산은 제조사가, 성장은 파트너가'라는 역할 분담이 전환의 문턱을 낮췄다.

물론 이날 행사에는 자사 서비스를 알리려는 주최 측의 목적도 깔려 있다. 그러나 플랫폼 의존 구조의 한계와 자사몰 전환의 필요성 자체는 특정 기업의 주장이 아니라 제조 현장이 체감하는 현실이다. 고객과 데이터, 브랜드가 회사의 자산으로 쌓이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 제조기업은 다음 10년의 경쟁에서 출발선이 다를 수밖에 없다. 미뤄온 자사몰 고민을 꺼내야 할 때가, 어쩌면 마지막 골든타임이 지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