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안 요지와 철회 결정 배경
2026년 7월, 국회에서 발의되었다가 곧바로 철회된 법안 하나가 일상 노동자의 임금 권리를 둘러싼 논쟁을 다시 환기했다. 2026년 7월 10일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은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으면 임금의 일부를 화폐 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그 '화폐 외의 것'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박 의원은 발의 취지를 설명하며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를 전제로 임금의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라며 "기업의 이윤 창출과 보너스, 성과급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법안은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즉시 철회 수순을 밟았다. 이 사건은 임금 지급 방식이 노동권의 본질과 얼마나 밀접히 연결돼 있는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문제의 핵심은 간단하면서도 본질적이다.
법안은 표면적으로 기업의 성과급이 지역경제로 환류되게 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박 의원 측은 반도체 호황으로 인해 주요 대기업들이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액 성과급이 물가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발의 시점인 2026년 7월의 정치적·경제적 맥락을 고려하면 명분은 일정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임금의 본질이 화폐에 있다는 근로기준법상의 원칙을 바꾸는 안은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강한 저항을 촉발했다. 노동계의 반발은 즉각적이고 강경했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등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임금의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은 임금 지급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삼성전자 지부는 국회의원들에게 "노동자의 임금 대신 발의한 국회의원들의 세비를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실험을 먼저 해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 같은 반응은 단순한 이익 집단의 반발을 넘어, 임금 지급 방식에 관한 법적·제도적 기본 원리의 수호로 읽혔다.
노동계는 '명시적 동의'라는 절차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사실상 강제에 가까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일상에 미치는 영향과 인력공급업계 파장
기업 및 인력공급업계의 즉각적 반응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용·임시 인력을 공급받는 기업들은 임금 지급 방식에 관한 규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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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상 임금 지급 방식이 달라지면 행정·정산 비용이 늘어나고, 특히 파견·용역 노동자들이 다수인 현장에서는 현금 흐름과 생활비 조달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우려였다. 이러한 실무적 불안은 법적 논쟁을 넘어서 기업 운영의 현실적 리스크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경제적 효과에 대한 주장과 반박도 팽팽했다. 법안 발의 취지대로 성과급 일부가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되면 지역 내 소비가 촉진되어 소상공인 매출에 상승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경제학계 일각에서는 지역사랑상품권이 거시적 소비를 늘린다는 근거가 약하며, 상품권은 소비의 방향을 바꿀 뿐이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생활물가나 주택 수요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임금 중 일부가 현금으로 유통되지 않으면 노동자의 금융 접근성, 예컨대 은행 이자·대출 상환 등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는 정책 목표와 수단의 정합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었다. 법리적·정책적 관점에서의 반론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법안을 지지하는 측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전제로 하고 있어 강제성이 없으며, 지역경제 회복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정당화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법 전문가들은 동의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지, 집단적·개별적 압력에 의해 동의가 왜곡되지 않는지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임금의 일부를 비화폐성으로 지급하는 제도는 노동자의 교섭권과 해고·재취업 시 임금 산정에 복잡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런 법리적 위험은 단기적 정책 실험이 아니라 장기적 제도 설계의 문제임을 알려준다.
대안과 향후 정책 과제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면 이번 논쟁은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과거에도 특정 목적을 위해 바우처·상품권을 활용한 정책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여러 차례 시행되었고, 그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이번 사건이 보여준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임금 지급의 본질을 변경하는 법적 장치 없이 소비 유도를 목표로 하는 정책은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수용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 둘째, 인력공급시장과 같은 노동 취약 영역은 정책 변경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파견·용역 노동자의 경우 월별 생활비 조달 구조가 취약해 작은 제도 변화도 생활 안정에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정책 설계 단계에서의 섬세한 고려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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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의 법안 발의와 철회 과정은 임금권의 보전이 사회적 합의의 최소 기준임을 재확인시켰다. 노동계의 반발로 법안은 철회됐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법제도적 측면에서는 근로기준법의 기본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지역 활성화를 위한 별도의 재정·보조금 방식이나 소비촉진 정책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으로 판단된다. 임금 지급의 본질을 건드리지 않는 방향에서 지역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 설계가 가능하며, 정책 결정권자는 임금권 보호를 우선순위에 두고 실효성 있는 지역 활성화 수단을 제시해야 할 책무가 있다.
FAQ
Q. 일반 노동자 입장에서 이번 법안 철회가 실제 생활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A. 이번 철회는 임금의 화폐 지급 원칙이 유지된다는 의미다. 근로자는 급여를 현금으로 수령해 은행 거래·대출 상환·생계비 조달 등 금융 활동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지역경제 활성화 필요성은 남아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지역환급형 소비쿠폰 등 별도 수단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유사한 정책이 제안될 때 근로자의 권리 보장과 실효성 검증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Q. 인력사무소나 중소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A. 인력공급업계는 법적 변경 가능성에 대비해 계약서와 급여 지급 시스템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법안이 철회되어 기존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은 화폐로 지급된다. 운영 측면에서는 근로자의 생활안정성을 점검하고, 급여 지급 방식 변경 시 동의 절차의 적법성과 문서화 과정을 강화하는 것이 실무적 대비다. 지방 정책 변화에 따라 보조금·지역쿠폰 수령 절차를 명확히 해 기업 회계 처리의 혼선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Q. 향후 정책 대안으로 무엇이 가능한가
A. 임금 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지역 소비를 촉진하려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소비촉진 보조금, 소상공인 할인 프로그램, 특정 업종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등 대체 수단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근로자의 임금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지역 소득의 일부가 소상공인에게 흘러가도록 설계할 수 있다. 각 대안은 예산 확보와 관리 비용, 효과 측정의 문제가 있으므로 사전 파일럿 사업과 영향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