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8일 밤, 바레인 무하라크의 한 주택가. 평범한 건물 한 채가 이란제 드론에 찢겨 나갔다. 목숨을 잃은 이는 없었으나, 무너진 벽 틈으로 드러난 것은 벽돌만이 아니었다. 미 해군 제5함대가 주둔한 이 작은 섬나라가 이웃의 전쟁에 얼마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같은 날 카타르 앞바다에서는 한 카타르 국민이 파편에 맞아 숨졌다. 걸프의 밤이 이토록 흔들린 적이 있었던가.
이 위기의 뿌리는 2026년 2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그날 이후, 중동은 넉 달 넘게 포연 속에 있다. 이란은 보복으로 바레인·쿠웨이트·요르단·카타르의 미군 기지와 민간 시설에 미사일과 드론을 퍼부었고, 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았다. 기름 길이 막히자 유가가 치솟았고, 그 충격은 서울의 주유소 가격표에까지 번졌다. 걸프 왕정들의 불안은 사실 이 전쟁 이전부터 쌓여 왔다. 2025년 9월, 이스라엘이 미국의 우방인 카타르 도하를 공습해 하마스 협상단을 겨냥했을 때, 걸프는 처음으로 냉정한 진실을 마주했다. 미국과 두터운 동맹조차 자국 영토를 지켜 주지 못할 수 있다는 진실이다.
6월 초, 미국과 이란은 가까스로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며 전쟁을 멈추려 했다. 그러나 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휴전은 다시 금이 갔다. 문제의 핵심은 여전히 호르무즈다. 미국은 오만 인근에 새 항로를 열어 상선을 통과시키려 했고, 이란은 이 해협은 자국이 관리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6월 말, 이란은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 등 상선을 겨냥해 공격했고, 미국은 이란 해안의 통신·레이더·미사일 시설을 타격했다. 보복은 다시 보복을 불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이란이 합의를 또 어겼다며, 도를 넘으면 이란은 더는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위협까지 내놓았다. 여기에 이스라엘이라는 변수가 겹친다. 네타냐후 정부는 레바논 등지에서 자국의 군사작전을 멈추라는 합의의 요구를 거부하며, 휴전의 판 자체를 흔드는 훼방꾼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을 더는 최우선 지역으로 두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 빈자리에서, 걸프의 셈법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애나 제이컵스 칼라프는 이 변화를 명료하게 짚는다. 걸프의 목표는 미국을 갈아치우는 것이 아니라 의존을 분산하는 것이라고. 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이집트·파키스탄을 잇는, 이른바 4자 협의체가 그 증거다.
실제로 사우디는 전쟁 전인 2025년 9월, 핵보유국 파키스탄과 상호방위협정을 맺었다. 한쪽에 대한 공격을 양쪽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이 협정은, 미국의 그늘 밖에서 안전을 구하려는 걸프의 속내를 드러낸다. 퀸시연구소의 애널 셸린은 더 날카롭다. 걸프에 주둔한 미군 기지가 억지력이 되기는커녕 표적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지켜 준다던 방패가 오히려 화살을 불러들인 셈이다.
흥미롭게도 걸프는 분노하면서도 이란과의 대화 창구를 닫지 않는다. 무기보다 투자가 더 확실한 억지가 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JD 밴스 미 부통령조차, 가장 강경하다는 아랍에미리트마저 이란 혁명수비대와 경제 협력을 논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이해가 얽히면 이란도 이웃을 때리기 전에 한 번 더 셈하리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