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원가 압박 탓... 실현 가능성은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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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진형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촉발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여파가 세계 최대 빅테크 기업인 애플의 공급망 전략까지 흔들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생산 라인이 집중되면서 일반 레거시 메모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애플이 원가 압박을 견디다 못해 미국 정부가 안보 위험 기업으로 지정한 중국산 반도체 수입을 타진하고 나섰다.
“감당 안 되는 부품값”... 애플, 美 상무부 거쳐 워싱턴 정가 전방위 로비
외신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약 한 달 전부터 미국 상무부를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워싱턴 정계를 대상으로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구매를 묵인·승인해 달라는 취지의 로비를 전개하고 있다.
애플이 수급을 시도하는 대상은 중국의 대표적인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낸드플래시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다. 두 기업은 현재 미 국방부가 지정한 ‘중국 인민해방군 연계 위험 기업 명단(1260H 리스트)’에 올라 있는 일종의 블랙리스트 기업이다. 법적인 전면 거래 금지 상태는 아니지만, 거래 시 미국 내에서 심각한 평판 저해와 안보적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최고 수준의 공급망 관리(SCM) 능력을 자랑하는 애플이 이 같은 무리수를 두는 배경에는 기하급수적으로 뛴 메모리 단가가 자리 잡고 있다. 애플은 최근 맥북과 아이패드 등 주요 하드웨어 제품 가격을 모델별로 약 20% 기습 인상하며, 그 원인으로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부품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 역시 최근의 부품가 폭등을 “100년 만의 홍수”에 비유하며 마진 방어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삼전·닉스 독점 깨고 협상력 제고 포석… 국내 업계 ‘초긴장’
부동산 및 산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애플의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물량 확보를 넘어 기존 메모리 삼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편중된 공급처를 다변화해 가격 협상력을 높이려는 고도의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최근 글로벌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월등히 높은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범용 D램 및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은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이로 인해 극심한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고, 그동안 막강한 바잉 파워(구매력)를 앞세워 저가에 부품을 공급받던 애플마저 단가 압박을 받게 되자 중국산 저가 칩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것이다.
만약 애플의 로비가 받아들여져 중국 CXMT 등의 모바일 D램이 아이폰이나 맥북 공급망에 진입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는 대형 악재가 될 전망이다.
안보 논리에 막힌 실현 가능성… 그사이 중소 가전업계는 ‘생존 위기’
그러나 미국 정계의 강력한 대중 규제 기조를 감안할 때 애플의 로비가 관철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중론이다.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측은 “애플이 중국 군수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으려는 것은 동맹국과의 안전한 공급망 구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심각한 실수이며, 중국 공산당의 핵심 기술 장악을 돕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편, 대기업인 애플이 우회로를 찾는 사이 공급망 네트워크와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 전자·가전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대형 가전사 및 빅테크의 주문 위주로만 물량을 배정하면서, 중소 제조사들은 “절대적인 생존 위기”에 몰린 상태다.
실제로 미국의 액션캠 제조업체 고프로는 메모리 가격이 전 분기 대비 최대 115% 폭등해 사업 지속성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고 투자자들에게 공시했다. 또한 신생 라우터 개발 스타트업들의 경우, 제품 설계 당시 35달러 수준이던 8기가바이트(GB) D램 가격이 최근 300달러 선까지 10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예약금을 받고도 후속 제품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등 산업 전반의 양극화와 자산 잠식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AI부동산경제신문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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