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는 또 명단 밖에 있었다… "우리는 홀로 남겨졌다"

미국·이란 합의문에 레바논은 들어갔으나 가자는 빠졌다. 100일 넘긴 전쟁의 끝자락에서 터져 나온 팔레스타인의 절규

호르무즈는 열렸는데 가자의 문은 닫혔다

강대국의 평화, 누구의 고통 위에 세워지는가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풀린다는 소식에 국제 유가가 출렁이고, 워싱턴과 테헤란이 제네바에서 펜을 든다는 보도가 쏟아진다. 그러나 그 합의문 어디에도 가자(Gaza)라는 두 글자는 없다.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의 중재로 전쟁을 멈추고 레바논까지 끌어안는 동안, 폭격을 가장 오래 견딘 땅은 협상 테이블 바깥에 그대로 남았다. "우리는 홀로 남겨졌다"는 가자 주민들의 외침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다. 중동 질서가 다시 그려지는 이 순간, 누가 셈에 들고 누가 빠지는지를 묻는 가장 날카로운 질문이다.

 

전쟁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2026년 2월 28일,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을 겨냥한 일련의 공습을 시작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이 공습으로 사망했고, 이란은 그의 아들을 후계자로 세운 뒤 이스라엘과 역내 미군 기지를 향해 반격에 나섰다. 이란이 꺼내 든 가장 강력한 보복 카드는 연료와 가스가 오가는 세계 교역의 동맥,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였다. 100 일을 넘긴 이 충돌은 대부분 이란과 레바논에서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었다. 출구를 연 것은 파키스탄이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4월 8일, 이란과 미국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즉각 휴전에 합의했다고 X에 알렸다. 

 

그렇다면 가자는 왜 빠졌는가. 한 분석은 이렇게 짚는다. 이란은 가자와 레바논을 동시에 아우르는 포괄 합의를 이스라엘과 미국에 강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직접적 영향력이 더 큰 무대, 곧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힘을 집중했다. 테헤란과 하마스 지도부 사이의 누적된 긴장도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가자는 이란에 '이란-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별개 사안으로 남았다. 

 

합의문에는 무엇이 담겼고 누가 빠졌는가

 

합의의 구조는 두 단계다. 먼저 양해각서를 쓰고, 그다음 핵 프로그램과 제재 해제를 다룰 이 협상으로 넘어간다. 이란 측은 합의문이 확정됐으며 금요일 제네바에서 서명한다고 밝혔고, 모든 전선에서 전쟁의 영구적 종식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행료 없이 다시 열고 미국의 해상 봉쇄를 즉시 해제한다고 했다. 레바논은 합의 속으로 들어왔다. 미국 중재로 4월 16일 발효된 이스라엘-레바논 휴전이 그 통로다. 그러나 가자의 자리는 끝내 비어 있다. 오히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과 가자, 시리아의 이른바 안보 지대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협상의 주역은 트럼프와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 중재자 파키스탄이었고, 정작 폭격의 한가운데 선 가자 주민에게는 서명할 펜이 주어지지 않았다. 

 

폐허 위에서 그들은 무엇을 말하는가

 

2026년 6월 중순, 가자의 거리에서 카메라 앞에 선 한 주민의 말은 담담해서 더 아프다. 이 위기와 전쟁에서 자신들은 철저히 혼자였다고, 이스라엘의 공격과 봉쇄가 날마다 이어지는데도 이란과 미국 사이에서만 합의가 이뤄졌다고 그는 토로한다. 또 다른 주민은 문제의 뿌리를 정확히 겨눈다. 팔레스타인 문제야말로 분쟁의 원인이자 해법의 토대이며, 이것이 풀리지 않는 한 이란이든 유럽이든 레바논이든 미국이든 그 어떤 합의도 확정적 결말에 이를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현장의 증언은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6월에도 가자에서는 구호품 배급소 인근에 모인 군중을 향한 발포로 하루에만 23명이 숨졌다는 목격자와 의료진의 증언이 나왔다. 유엔 인권 최고 대표 폴커 튀르크는 가자에서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제거하려는 일부 발언을 두고 "완전히 불법"이라 경고하며, 더 이상 들어 올릴 적색 깃발이 남지 않았다고 했다. 휴전이라는 단어가 협정문에 적혀도, 가자의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명단의 안과 밖

 

제네바의 서명은 중동 지도를 다시 그린다. 해협은 열리고 유가는 안정을 찾으며 강대국은 악수를 나눈다. 그러나 지도가 새로 그려질 때마다 어떤 이름은 늘 여백으로 밀려난다. 가자가 외친 "홀로 남겨졌다"는 말은 약자의 푸념이 아니라, 강자들의 평화가 누구의 고통 위에 세워지는가를 비추는 거울이다. 영혼이 영혼에 건네는 물음으로 이 기사를 닫는다. 전쟁을 멈추는 합의가 정작 가장 깊이 상처 입은 자를 명단에서 지운다면, 우리는 그것을 평화라 부를 수 있는가.

작성 2026.06.17 06:08 수정 2026.06.17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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