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바다 사이에 위치한 현 튀르키예: 지리적 중심지인가, 아니면 역량의 중심지인가

다섯 바다의 심장, 천 년 동안 멈추지 않은 흐름의 비밀

보스포루스에 서린 새벽빛, 튀르키예가 세계의 심장이 된 까닭

NATO도 러시아도 못 끊는 그 손, 국면적 합리주의의 정체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다섯 바다 사이에 선 튀르키예, 그 심장이 뛰는 자리

 

지정학의 거장 핼퍼드 매킨더(Halford Mackinder)는 1904년 영국 왕립지리학회에서 발표한 「역사의 지리적 중심축」이라는 논문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의 내륙을 '심장 지역(Heartland)'이라 명명하였다. 그는 1919년 저작 『민주적 이상과 현실』에서 "동유럽을 지배하는 자가 심장 지역을 지배하고, 심장 지역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의 섬을 지배하며, 세계의 섬을 지배하는 자가 곧 세계를 지배한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세상에 못 박았다.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이 격언은 강대국 외교의 좌표 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21세기의 지도 위에서 그 좌표축이 흔들리고 있다. 권력은 더 이상 누가 영토를 차지하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다. 무역과 에너지, 데이터와 안보, 외교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 시대에 힘은 정지된 땅이 아니라 '흐름'을 누가 조율하느냐로 측정된다. 매킨더의 후예 니콜라스 스파이크먼(Nicholas Spykman)이 일찍이 '림랜드(Rimland)'라는 개념으로 해안 회랑의 결정성을 주장했던 그 통찰이, 오늘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한복판에서 한 나라가 또렷이 떠오르고 있다. 바로 튀르키예이다. 흑해, 마르마라해, 에게해, 지중해, 그리고 손을 뻗어 닿는 홍해와 페르시아만까지, 다섯 바다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회랑의 한가운데서 앙카라는 단순한 '다리(bridge)'가 아니라 '교차점(crossroads)'으로 자신을 재정의하고 있다. 

 

최근 아나돌루 통신(AA) 분석에서 정치사회경제연구재단(SETA) 외교정책 연구원 툰츠 데미르타쉬 박사의 글은, 이 변화의 본질을 '심장 지역' 개념의 재해석에서 찾는다. 그에 따르면 튀르키예의 진정한 가치는 지도 위에 표시된 좌표 그 자체가 아니다. 다섯 바다 분지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능력, 위기를 읽어내는 안목, 변하는 균형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리를 재조정하는 '용량(capacity)'에 그 본질이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다섯 바다의 회랑이 결코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는 점이다. 11세기 카라한 왕조의 위대한 언어학자 카쉬가르의 마흐무드는 1072년부터 1074년 사이에 「튀르크 방언사전」을 집필하였다. 그는 이 책에 손수 그린 세계 지도를 첨부했는데, 현재의 키르기스스탄 지역에 속하는 ‘발라사군(Balasagun)’을 중심으로 동쪽 일본에서 서쪽 볼가강까지 튀르크인의 흐름이 교차하는 광역이 펼쳐졌다. 데미르타쉬 박사가 호명한 '다섯 바다 고원'이라는 옛 명칭은, 바로 그 시대부터 사람과 상품, 사상과 군대가 부단히 이동하던 무대를 가리킨다. 그 시절의 결정적 운송 수단은 말발굽이었다. 카라반의 행렬과 기마부대의 진군이 문명을 옮겼다. 천 년이 지난 오늘, 그 동맥은 사라지지 않고 모습만 바꾸었다. 송유관과 가스관, 컨테이너선과 해저 데이터 케이블, 자본의 이동과 외교관의 발걸음이 그 옛길 위를 다시 흐르고 있다.

 

오스만 제국의 6세기에 걸친 통치는 이 흐름의 본질을 가장 입체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동쪽으로 페르시아만, 서쪽으로 발칸과 북아프리카, 남쪽으로 사하라 이남의 일부 지역까지 단일한 정치적 지붕 아래 묶었던 이 거대한 정치체는 군사력만으로 유지되지 않았다. 데미르타쉬 박사는 그 비결을 '외교적 유연성', '교역로 위의 위치', '서로 다른 지리를 한 체제 안에서 통치하는 행정 능력'의 결합으로 풀이한다. 

 

실크로드의 육로 동맥과 향료 해상로의 갈림길에서 이스탄불은 거대한 '거름종이' 노릇을 했다. 정보와 상품, 신앙과 언어가 그곳을 통과하면서 다시 분배되고 재조립되었다. 오스만은 힘의 균형을 정확히 읽었을 때, 외연을 넓혔고, 조건이 거칠어질 때는 무리한 확장 대신 평형 추구로 방향을 틀었다. 이 깊은 역사적 경험이 오늘날 튀르키예 외교의 '다방향 운동성(multi-directional agility)'으로 부활하고 있다.

 

학자들은 이 능력을 '국면적 합리주의(conjunctural rationalism)'라 부른다. 한 진영에만 묶이지 않으면서도 모든 진영과 대화하고, 위기 국면에서 안정을 생산해 내는 외교적 본능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을 때 흑해 곡물 협정(Black Sea Grain Initiative)을 이스탄불에서 중재해 세계 식량 위기를 누그러뜨린 일은 그 분명한 증거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NATO 동맹국이면서도 모스크바와 끊지 않는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균형 감각은 매킨더의 단선적 지정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선, 시리아 전후 질서, 이란 위기, 코카서스의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분쟁에 이르기까지, 앙카라는 모든 위기의 식탁에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 

 

에너지 영역도 마찬가지이다. 카스피해 가스를 유럽으로 잇는 트랜스-아나톨리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러시아 가스를 남유럽으로 보내는 튀르크스트림(TurkStream), 흑해 해저 사카리아 가스전 개발은 모두 앙카라의 '에너지 허브 전략' 위에 놓인 좌표들이다. 이제 '심장 지역(Heartland)'은 더 이상 누가 가장 넓은 땅을 가졌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다섯 바다 사이의 연결성을 누가 설계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변모하였다.

작성 2026.05.14 09:45 수정 2026.05.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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