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칼럼] 페미니즘의 두 얼굴, 어떤 죽음은 애도받고, 어떤 죽음은 지워진다

히잡 벗을 땐 연대, 미사일엔 침묵 - 서구 페미니즘의 이중 잣대 완전 해부

교실에서 죽어간 소녀들, 왜 세계는 침묵했나 - 미나브가 폭로한 선택적 페미니즘의 민낯

2022년엔 열광, 2026년엔 침묵 - 이란 여성에 대한 서구 페미니즘의 충격적 배신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2022년, 히잡을 벗어 던지는 이란 여성의 사진 한 장이 세계를 뒤흔들었다. 그 이미지는 수백만 개의 화면을 타고 번졌고, 서구의 페미니스트 학자들과 활동가들은 앞다투어 연대를 선언했다. "여성, 생명, 자유"라는 구호는 강의실에서 울려 퍼졌고, 학술지에 실렸으며, 소셜미디어를 달궜다. 그로부터 불과 몇 년 후, 이란 남부 ‘미나브’의 한 여학교에서 교실 천장이 무너지며 어린 소녀들이 잔해 속에 파묻혔다. 책상도, 책도, 그 아이들의 목소리도 함께 사라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가 침묵했다.

 

이 침묵이 우연이 아니라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란 보건부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40일간 공습 과정에서 여성 251명, 어린이 216명이 사망했다. 미나브 공습에서만 165명이 넘는 어린 소녀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전선을 달리다 쓰러진 것이 아니다. 수업 중이었다. 공부하는 아이들이 죽었다는 사실, 그 명백한 폭력 앞에서도 2022년과 같은 규모의 국제적 페미니즘 연대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어떤 여성의 고통은 세계적 의제가 되고, 어떤 여성의 죽음은 통계 속에 조용히 묻힌다. 그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

 

페미니즘의 관심은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방향이 설정되어 있고, 선택적으로 배분된다. 런던 왕립 홀로웨이 대학의 이란 법학자 사하르 마란루는 이 불균형을 정면으로 지적한다. 2022년의 이란 여성은 서구 페미니즘의 익숙한 서사, 즉 이슬람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해방의 아이콘으로 소비될 수 있었다. 

 

그러나 2026년의 이란 여성은 서구 동맹국의 미사일에 의해 희생된 존재다. 이 경우, 그 고통은 지정학적으로 불편하고, 제도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것이 된다. 대학은 비판적 사고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자금과 정치적 연대의 시스템 안에서 작동한다. 그 시스템이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침묵해야 하는지를 은밀하게 규정한다.

 

"전쟁에 반대하면 이란 정권을 정당화하는 게 아닌가?"라는 논리도 등장한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회피다. 권위주의 정권을 비판하는 것과 그 정권의 민간인, 특히 어린 소녀들을 향한 폭격에 반대하는 건 동시에 가능하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이 두 입장을 양자택일처럼 제시하는 순간, 페미니즘은 더 원칙적으로 되는 게 아니라 더 편협해진다.

 

밤마다 미나브의 공동묘지에는 어머니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딸이 쓰던 작은 물건들을 손에 쥔 채, 갓 파낸 흙 옆에 앉아 날이 밝을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킨다. 이 장면은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다. 국제 언론의 헤드라인이 되지 않는다. 서구 페미니즘의 시각적 서사가 이 어머니들의 슬픔을 담을 언어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2년의 히잡 저항은 해방의 이미지였다. 2026년 공동묘지의 어머니들은 그 서사에 끼워 넣을 수 없는 불편한 현실이다.

 

마란루의 논문은 이렇게 묻는다. 교실에서 여학생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이 페미니즘적 문제가 아니라면, 무엇이 페미니즘적 문제인가. 이 질문은 수사가 아니다. 진짜 물음이다. 보편성을 표방하는 페미니즘이 특정 권력 구조 안에서만 목소리를 높인다면, 그 보편성은 허구에 불과하다. 남는 것은 선택에 따라 구조화된, 다시 말해 어떤 여성의 고통만을 인정하는 편파적 연대다.

 

나는 오랜 기간 중동의 전장과 분쟁지역을 연구하면서 수많은 어머니의 눈빛을 마주해 왔다. 자식을 잃은 슬픔은 어느 나라, 어느 종교, 어느 이념을 가졌든 똑같은 얼굴을 한다. 그 눈에는 국적도 정치도 없다. 오직 지워진 이름 하나만 있을 뿐이다. 이제 나는 내 자신에게도 묻는다. 나는 과연 어느 죽음 앞에서 더 오래 멈춰 섰는가. 어느 슬픔을 더 쉽게 지나쳤는가. 페미니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연대란 본래 불균등하게 작동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우리는 비로소 그 불균등함에 맞설 수 있다. 미나브의 어머니들은 오늘 밤도 무덤 곁에 앉아 있을 것이다. 세상이 침묵하는 동안에도, 그 어머니들의 슬픔은 어떤 이념의 틀도 뛰어넘어 우리 가슴을 파고든다. 그 파고듦 앞에, 우리가 눈을 감는다면, 그것은 더는 침묵이 아니라 공모일 수 있다.

작성 2026.05.06 14:02 수정 2026.05.0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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