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칼럼] 불씨 위의 악수: 이스라엘·레바논 10일 휴전, 그 너머를 읽는다

트럼프가 선언한 '10일의 기적': 이스라엘·레바논 휴전, 진짜 평화인가 전략적 숨고르기인가

120만 명의 눈물, 2,100명의 죽음…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이 남긴 것들

헤즈볼라는 왜 무장 해제를 거부했나? 10일 휴전 이면에 숨겨진 중동의 진짜 속내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세상에는 두 종류의 침묵이 있다. 하나는 전쟁이 끝난 뒤 찾아오는 무거운 침묵이고, 다른 하나는 전쟁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에 끼어드는 불안한 침묵이다. 2025년 4월 16일, 현지 시각 자정을 기해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 내려앉은 침묵은 과연 어느 쪽인가. 총성이 멈췄다는 소식에 세계가 잠시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그 숨소리는 너무도 조심스러워서 마치 유리 위를 걷는 발걸음 소리처럼 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16일 저녁(미 동부 시각 오후 5시)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1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게도 "이 중요한 시간 동안 얌전히, 잘 행동하길 바란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한 문장 안에는 외교적 언어의 달콤함과 냉혹한 경고가 동시에 담겨 있다. 트럼프식 협상 언어는 언제나 이런 식이다—악수를 권하면서 눈은 절대 놓지 않는다.

 

휴전의 조건을 들여다보면 이 합의가 단순한 '총소리 정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미 국무부가 공개한 세부 조건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계획되거나 임박하거나 진행 중인 공격"에 대해 언제든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를 보유한다. 레바논은 헤즈볼라를 비롯한 모든 비국가 무장 세력의 이스라엘 공격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양측은 미국이 계속해서 직접 대화를 중재해 줄 걸 요청했다. 이것은 평화가 아니라, 평화를 향한 첫 계단의 디딤돌이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합의를 "역사적 평화 협정을 이룰 기회"라 불렀고, 레바논의 조셉 아운 대통령은 "휴전을 향한 노력에서 우리 국민의 권리와 땅의 통일, 그리고 주권을 보전하는 영구적 협정을 향한 새로운 국면"이라고 말했다. 두 지도자의 언어는 유사하게 희망적이었다. 그러나 그 희망의 무게는 서로 다른 저울 위에 올려져 있다.

 

헤즈볼라는 휴전 참여 의사를 내비치면서도 조건을 달았다. "레바논 전역에 대한 포괄적인 공격 중단"과 "이스라엘군의 이동 자유 불허"를 요구했다. 헤즈볼라 고위 지도자 와피크 사파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무장 해제 가능성에 대해 단호히 선을 그었다. "제대로 된 휴전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이스라엘이 철수하기 전까지는 안 된다." 그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지는 절대 짧지 않다.

 

가장 극적인 연쇄 반응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났다.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라그치는 레바논 휴전에 맞춰 "모든 상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완전히 개방됐다"라고 X(구 트위터)에 선언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오가는 지구촌의 에너지 대동맥이다. 이란이 이 해협을 막았을 때, 국제 유가는 즉각 요동쳤다. 해협 하나의 운명이 지구 반대편 주유소 가격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타스님 통신은 이 발표를 "부실하고 불완전하다"라고 비판하며, 미국의 해상 봉쇄가 지속된다면 해협 개방 선언도 무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손으로는 문을 열고, 다른 손으로는 빗장을 여전히 잡은 형국이다.

 

트럼프는 이란 항구에 대한 미국의 해상 봉쇄는 "이란과의 협상이 100% 완료될 때까지" 계속된다고 밝혔다. 이란과의 평화 협상에 대해서는 "매우 가깝다"라고 낙관했지만, 파키스탄이 중재한 지난 주말 회담은 합의 없이 끝났다. 외교의 세계에서 '매우 가깝다'라는 말은 때로 '아직 멀었다'라는 말의 다른 표현임을 역사는 반복해서 가르쳐 왔다.

 

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더욱 복잡하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국경에서 10킬로미터 안쪽까지 진주한 채 "우리는 거기 있으며, 떠나지 않는다"라고 못을 박았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레바논 남부 마을들의 국경 인근 가옥 전체를 철거하겠다는 계획까지 언급했다. 레바논 국방부 장관은 이것이 "명백한 점령 의도"라고 반발했다. BBC 검증팀 조사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이래 레바논 남부에서만 1,400채 이상의 건물이 파괴됐다. 이스라엘군은 또한 레바논 남부와 나머지 지역을 연결하는 마지막 다리를 폭파했다. 다리 하나가 무너진다는 것은, 물리적 연결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도 끊어진다는 뜻이다.

 

인도주의적 참상 앞에서 숫자는 때로 감각을 마비시킨다. 그러나 이 숫자들은 반드시 기억되어야 한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3월 2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2,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7,000여 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에는 적어도 260명의 여성과 172명의 어린이가 포함됐다. 유엔은 레바논 전역에서 120만 명 이상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돌고 있다고 밝혔으며, 그 대다수가 남부 출신이다. 반면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같은 기간 이스라엘에서는 민간인 2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 병사 13명이 레바논 전선에서 전사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미국의 중재 역할을 치하하며 모든 당사자가 국제법을 "완전히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이번 합의를 "안도"라고 표현하며 레바논의 주권과 영토적 완전성에 대한 완전한 존중을 촉구했다. 국제사회의 시선은 한결같이 이 10일이라는 시간 위에 집중되고 있다. 10일—어떤 역사는 이 짧은 시간 안에 방향을 틀기도 한다.

작성 2026.04.20 10:11 수정 2026.04.2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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