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나토 위기와 EU의 방위 독립

미국 신뢰도 추락, 동맹의 균열

EU, NATO 의존에서 독자 방위로

한국에게 주는 국제안보의 메시지

미국 신뢰도 추락, 동맹의 균열

 

많은 이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흔들릴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냉전 시기부터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강력한 집단 방위 체제였던 NATO는 오늘날 국제 안보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외 정책 변화로 인해 이 전통적인 동맹의 기틀이 흔들리고 있다.

 

당연했던 관계에 금이 가면서, 유럽연합(EU)은 과감한 결정을 내리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시절, 그는 여러 차례 NATO 동맹국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미국의 지원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NATO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던 그 발언들은 당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결과적으로 주요 NATO 회원국, 특히 캐나다, 독일, 프랑스, 그리고 영국 등 핵심 동맹국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히 하락했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2026년 3월 6일부터 9일까지 영국의 여론조사 회사 '퍼블릭 퍼스트(Public First)'와 미국 폴리티코(Politico)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통치하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에 의지하는 것이 더 나은가'라는 질문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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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응답자의 57%가 중국을 선택했으며, 독일인의 40%, 프랑스인의 34%, 그리고 영국인의 42%가 중국이라고 답했다. 반면 미국을 선택한 비율은 캐나다 23%, 독일 24%, 프랑스 25%, 영국 34%에 그쳤다.

 

이는 미국의 4대 주요 NATO 동맹국 모두에서 중국을 더 신뢰하는 응답자가 많았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수치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57%라는 가장 높은 비율로 중국을 선택했다는 점은,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최측근 동맹국조차 신뢰를 잃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더해, 향후 10년 후 세계의 지배적 국가가 어디일 것인가라는 질문에서도 EU 주요국 응답자들이 미국보다 중국을 더 많이 꼽았다.

 

독일인의 51%, 캐나다인의 49%, 프랑스인의 48%, 영국인의 45%가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미국 대중의 이미지 문제를 넘어, 정책 결정권자가 국제 질서에 미친 영향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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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할 수 없는 동맹이라는 인식 확산은 트럼프 당시 미국의 행보로 인해 촉발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독일과 캐나다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미국을 신뢰할 수 없는 동맹으로 평가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본 응답 비율이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의 두 배를 넘었다.

 

군사적 억지력에 대한 인식도 심각하게 약화되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다수의 응답자가 미국과의 동맹 관계 때문에 자국이 공격받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NATO의 핵심 가치인 집단 방위 체제에 대한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EU, NATO 의존에서 독자 방위로

 

이런 상황 속에서 유럽연합은 NATO 중심의 전통적인 안보 체제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독자적인 방위 체제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 매체 유락티브는 2026년 4월 1일(현지시각) EU대외관계청이 EU 상호지원 조항인 리스본 조약 42조 7항의 발동 조건을 구체화하는 지침을 제작 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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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항은 회원국의 영토가 공격받을 경우 나머지 회원국들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조항은 과거에는 문구가 모호하여 상징적 의미가 컸으나, EU는 이제 실효성을 높이려는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U는 현재 세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첫째는 NATO 집단방위 조항만 발동하는 경우, 둘째는 EU 상호방위 조항만 발동하는 경우, 셋째는 두 조항 모두를 발동하는 경우다. 이는 NATO와 별개로 EU가 역내를 공동 방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두 체제가 상호 보완적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유럽 국가들이 미국 대체 방안 측면에서 자국의 안보를 더욱 자주적으로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근 키프로스가 이란으로부터 드론 공격을 받은 사건이 EU의 독자 방위 모색을 가속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키프로스는 해당 사태 당시 NATO의 체계적인 대응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유럽 국가들과 소규모 양자 협력에 의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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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EU는 NATO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방위 체제를 더욱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키프로스 대통령은 EU 정상회의에서 42조 7항 발효 문제를 의제로 삼고 싶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단순한 검토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정책 의제로 상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극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린란드 소유권 주장을 펼쳤던 사건도 유럽 국가에 충격을 주어, 독자적 방위 체제가 필요하다고 여기게 된 데 영향을 미쳤다. 동맹국의 영토에 대한 소유권 주장은 전통적인 동맹 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한국에게 주는 국제안보의 메시지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NATO와 EU 사이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가 글로벌 안보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유럽과 미국 사이의 균열은 앞으로의 글로벌 지정학에서 새로운 긴장과 불확실성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NATO의 집단 방위 체제 약화는 잠재적으로 군사적 공백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국제 안보 환경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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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국의 동맹 관리 및 국제 질서 유지 역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EU의 독자적 방위 체제가 NATO와 충돌하기보다는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유럽이 자체 방위 역량을 강화하면 NATO 전체의 군사력이 증강되고, 미국의 부담도 경감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반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유럽 내 경제적·정치적 불균형 상태가 이러한 체제 구축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독일, 프랑스 등 동맹을 주도할 나라들 외에도 주변부 회원국들의 방위 부담 공유 문제가 논란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즉, 내부 합의가 선행되어야만 실질적인 방위력 증강이 가능하리라는 평가다. 결국, 현재의 변화는 개인 리더십의 영향력이 국가 정책과 국제 질서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새기게 한다.

 

트럼프 이후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동맹 회복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훼손된 신뢰는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동맹국들 사이에서 한 번 깨진 신뢰는 쉽게 복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트럼프 시기의 발언과 정책이 남긴 상처는 깊다.

 

글로벌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유럽의 선택은 향후 국제 질서 재편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EU의 독자적 방위 체제 구축은 새로운 지정학적 균형점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누구를 신뢰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앞으로의 방향성을 결정할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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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작성 2026.04.04 01:22 수정 2026.04.04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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