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콘텐츠 151편 중 기후위기 반영 6편

국내 주요 시상식 후보작 분석 결과 재현률 3.97%

인물의 인식까지 드러난 사례 2편, 일상 장르 반영 미미

굿에너지 기준 적용, 산업 경쟁력 관점의 시사점 도출

▲ChatGPT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볕뉘뉴스

서울환경연합이 시민 97명과 함께 실시한 기후현실점검테스트로 2022년부터 2025년까지의 한국 영화·드라마 151편을 분석한 결과, 작품 세계에 기후위기가 존재하는 경우는 6편으로 집계됐다. 등장인물이 이를 인식하는 단계까지 나아간 작품은 2편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환경연합이 2025년 11월 26일 시민 참여 97명과 진행한 기후현실점검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청룡어워즈,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후보작 가운데 다큐멘터리, 시대극, 하이판타지를 제외한 151편을 대상으로 한 이번 평가는 미국 비영리 기업 굿에너지가 벡델 테스트에서 착안해 개발한 도구를 사용했으며, 작품 속 세계에 기후위기가 존재하는지와 등장인물이 이를 인식하는지를 두 항목으로 측정했다.

 

분석 결과 기후위기가 작품의 설정으로 드러난 경우는 6편으로 전체의 3.97퍼센트였으며, 이 가운데 인물의 인식이 명시적으로 드러난 사례는 2편으로 1.32퍼센트였다.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은 웰컴투 삼달리와 어쩔수가없다였으며, 반면 킬링 로맨스, 콘크리트 유토피아, 기생수 더 그레이, 종말의 바보는 기후 재난이나 환경 파괴의 맥락이 서사의 배경으로 존재하지만 인물의 인식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웰컴투 삼달리는 제주도의 일상을 무대로 해양 생태 보전과 테마파크 개발 갈등, 해녀 공동체의 내부 긴장 등 환경 의제를 로맨스 서사에 자연스럽게 결합했다. 엘니뇨 기반의 이상기상 예보가 언급되고 지역 기상 관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기상예보관 캐릭터가 중심축을 이뤘으며, 어쩔수가없다는 제지 산업의 환경 파괴 논란을 대사로 제시하고, 결말부의 대규모 벌목 장면을 통해 기업 홍보의 친환경 메시지가 결국 그린워싱이었음을 드러냈다. 두 작품은 위기의 존재를 전제로 할 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문제 인식을 통해 서사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테스트의 기준을 충족했다.

 

기후 맥락이 존재하되 인식이 결여된 사례도 확인됐는데, 킬링 로맨스에서는 스스로를 환경운동가로 포장하는 인물이 섬 생태계를 훼손하는 개발 사업자로 묘사돼 환경 담론의 소비 방식을 비판했고,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혹한과 이상저온 등 기상이변이 배경으로 제시되지만 등장인물은 이를 기후문제로 해석하지 않는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오프닝에서 해양오염과 산업 배출 이미지를 강하게 제시하나 이후 전개는 조직 내부 갈등에 집중되었으며, 종말의 바보는 소행성 충돌 이후 온도 상승과 거대 쓰나미, 생태 붕괴를 보여주지만 인물의 대응은 체념에 머물러 사회적 맥락으로 확장되지 않는다.

 

생활양식의 재현 수준도 낮았다. 전체 151편 가운데 비건이나 채식주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은 5편으로 3.31퍼센트였고, 텀블러와 에코백 등 다회용품 사용을 보여준 작품은 26편으로 17.21퍼센트였으며,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장면이 잡힌 작품은 39편으로 25.82퍼센트였다. 현실에서 확산된 친환경 생활 습관이 스크린과 안방극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물 구성의 편중도 도드라졌다. 기후위기를 인식하는 인물은 남성이며 기상예보관, 보호센터 운영자, 기업 관리자 등 전문가 직군에 집중됐으며, 실제로 기후위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청소년, 여성, 노년층 등 취약계층의 경험은 거의 포착되지 않았다. 로맨스, 청춘, 가족, 일상 등 장르 전반에서 기후위기를 특수한 재난 장치로 한정하는 경향이 강해 일상과의 연결성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해외 분석은 상반된 흐름을 제시했다. 굿에너지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할리우드 영화를 분석한 결과 최근작일수록 기후위기 반영 비율이 높아졌고, 기후 요소를 담은 작품의 평균 수익성이 약 8퍼센트 높은 것으로 제시됐다. 이는 기후 서사가 시대적 요구에 그치지 않고 산업 경쟁력의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의 사회적 맥락도 변화를 요구한다.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시민이 정부를 상대로 기후소송을 제기한 국가이며, 시민의 행동과 요구는 확대되는 추세이다. 제작 현장에서는 청소년과 여성, 노동자, 농민 등 최일선 당사자의 경험을 포착하고 재사용 용기나 저탄소 이동 같은 지속가능한 실천을 일상의 서사로 자연스럽게 편입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서울환경연합은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을 고려할 때 오늘의 기후 현실을 새로운 리얼리티로 반영하는 시도가 시청자 몰입과 작품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단체는 이번 모니터링의 상세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국내 작품의 기후 재현을 상시 기록하고 분석하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작성 2025.11.26 18:07 수정 2025.11.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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