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이야기: 넬슨 만델라 편

-한 인간의 청춘과 중년, 장년이 통째로 갇혀버린 시간... 이 절망의 끝에서 그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작은 쪽지에 적힌 이름. 그것은 '희망'(Hope)이었다.

-희망은 그저 '잘될 거야'라는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행동'이다.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넬슨 만델라의 희망

 

우리는 종종 '절망'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입에 올린다. 일이 조금만 틀어져도, 관계가 어긋나도, 내일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갇힌 듯해도, 우리는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절망한다.

 

그러나 나는 오늘,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절망의 가장 밑바닥, 그 심연(深淵)에 대해 생각해 본다. 27년. 한 인간의 청춘과 중년, 장년이 통째로 갇혀버린 시간. 1만 일이 넘는 낮과 밤을 차가운 감옥의 돌바닥 위에서 보낸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넬슨 만델라(1918-2013). 그의 이름은 우리에게 '인권', '대통령', '노벨평화상'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 모든 영광의 이전에, 그에게는 '반역죄'라는 낙인과 27년의 감옥이 있었다.

 

절망의 한복판에서 마주한 것들

 

1962년, 그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정책)에 맞서 싸우다 체포된다. 1952년부터 흑인 인권운동의 선봉에 섰던 그의 대가였다.

 

감옥은 단순히 자유를 속박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공간이었다. 독방에 갇힌 지 4년째 되던 해, 그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다. 이듬해에는 큰아들이 끔찍한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남아있는 가족들은 어떠했는가. 아내와 딸들은 강제로 흑인 거주 지역으로 추방당했고, 둘째 딸은 그 충격과 고통 속에서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한 아내의 남편이고 두 딸의 아버이인 만델라는, 그 모든 고통의 순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감옥 창살을 붙잡고 울부짖는 것 외에는.

 

자신이 신념을 지키는 동안, 가족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한 인간을 무너뜨리는 가장 잔인한 형벌이다. 신념은 과연 이 모든 희생보다 가치 있는 것인가? 이 절망의 끝에서 그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원망, 분노, 그리고 복수심. 그것이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이었을 것이다.

 

가장 어두운 밤에 띄운 쪽지

 

그가 감옥에 갇힌 지 14년째 되던 해였다. 50대에 접어든 그에게 큰딸이 면회를 왔다. 갓 태어난 손녀의 이름을 지어 달라는 부탁을 편지로 받았던 터였다.

 

딸이 아버지 만델라에게, "이름을... 지으셨나요?"

 

만델라는 말없이 작은 쪽지 한 장을 내밀었다. 딸은 조심스럽게 그 쪽지를 펼쳐보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그 작은 쪽지에 적힌 이름. 그것은 '희망'(Hope)이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숨을 멈출 수 밖에 없다. 어떻게 14년의 절망 속에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꺼내들 수 있는가. 어머니를 잃고, 아들을 잃고, 가족의 고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던 그가, 어떻게 감히 '희망'을 말할 수 있었는가.

 

그것은 그가 절망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그는 절망의 가장 밑바닥까지 걸어 들어가, 그 중심을 맨손으로 움켜쥔 사람이었다. 그가 내민 '희망'이라는 이름은, 그래서 단순한 단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14년간의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도 결코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영혼의 선언이었다. 그것은 백인 정부가 그의 육신은 가둘 수 있었으나, 그의 정신은 꺾지 못했다는 저항의 증거였다. 그것은 이 어둠이 절대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위대한 믿음의 고백이었다.

 

이 '희망'이라는 이름은, 그날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들 모두의 이름이 되었고, 전 세계 모든 억압받는 이들의 깃발이 되었다.

 

영광은 일어서는 데 있다

 

1990년 2월, 그는 27년 만에 감옥 문을 나선다. 세상은 그가 복수의 칼을 들 것이라 예상했다. 350년에 걸친 인종 분규의 피를, 더 큰 피로 갚을 것이라 두려워했다.

 

그러나 그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용서'와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자신을 가두었던 백인 정부와 협상의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그의 '희망'은 복수가 아니었다. 그가 꿈꾼 것은 흑인이 백인을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었다.

 

"나는 일생 백인이 지배하는 사회에도, 흑인이 지배하는 사회에도 맞서 싸웠습니다. 나는 모든 사람이 평등한 기회를 갖고 함께 살아가는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라는 이상을 소중히 여깁니다. ... 필요하다면, 나는 이 이상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는 증오의 고리를 끊어냈다. 27년의 고통을 승화시켜,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고(199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1993년).

 

그의 삶은 우리에게 '희망'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희망은 그저 '잘될 거야'라는 막연한 낙관이 아니다. 그것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행동'이다.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절대 넘어지지 않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데 있다."

 

만델라의 건강이 위독해지고, 전 세계가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던 그 순간, 병원 밖에 모인 사람들이 든 것은 분노의 구호가 아닌 '촛불'이었다. 그 촛불이야말로 그가 14년 차 감옥에서 띄웠던 '희망'의 쪽지에 대한 세상의 응답이었다.

 

그는 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희망'은 우리 가슴속에 연대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작성 2025.11.11 17:07 수정 2025.11.11 17:07

RSS피드 기사제공처 : 중동 디스커버리 / 등록기자: 김요셉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ai365news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좋은사람 #행복나눔 #사랑나눔..
AI 매칭엔진 도입 2026 충청권 ICT 취업박람회 개최
국회 조형물 거장 정보원 작가, 50년 베일 벗는다...성북서 역대급 전..
반도체 끝났다고? 모건스탠리가 폭로한 하반기 주식 대이동 시그널
'제2회 전국 우리소리 경창대회' 종로에서 화려한 개막
자연의 모든 것이 대립과 조화로 움직인다고 보았기때문. 짝수는 균형과 안..
보양식을 먹어야 하는 날~。#jejuolletrail #ssicho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경기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경작 사후조사 착수 | 부동산 투기 철퇴 ..
단 하나의 빛이 세상을 바꿨습니다 #선한영향력 #CCBS #칭찬위원연합회..
당 고종이 신라를 공격하려 한다는 군사정보를 신라 문무왕에게 급히 알리..
허동보의 일히일비(19) - 가려 먹는다고 큰 일이 나진 않아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사랑이 세상을 하나로 만드는 순간 #사랑나눔축제 #칭찬위원연합회 #사랑으..
매듭은 지었지만, 자리는 지킵니다 | 계약해제 수용하라, 현대건설 결단하..
결단이 곧 계약해제 수용입니다 | 현대건설 결단하라, 계약해제 수용하라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 。#ssicho
광교신도시 A17블록 지분적립형 아파트 청년·신생아 특별공급 전격 신설
칭찬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꿉니다 #칭찬합시다 #사랑나눔축제 #칭..
카보베르데의 꿈! 인구60만, 작은섬나라!
창덕궁 후뭔에 있는 관람정, 존덕정이나 승재정 방향에서 보면 두 발로 물..
반야탕(般若湯)。낙조가 아름다운 도비산에서 바라보는 천수만, 오랫만에 올..
2026 용인 생활관광 미션투어 스탬프 투어: 여행하고 온누리상품권·투어..
좋은 사람 한 명이 세상을 바꿉니다 #사랑나눔축제 #선한영향력 #칭찬위원..
현대차그룹, 영남에 42조 폭탄 투하 AI 모빌리티 우주 에너지 선점 나..
삼성, 60조 폭탄투자로 영남을 '피지컬 AI 거점' 삼아 20만 일자리..
유튜브 NEWS 더보기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초청토론회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 이스라엘 3대 절기와 그 의미

두려움을 신뢰로 바꾸는 관계의 언어학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상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보장특구사업 상리마을 주민리더 도쿄탐방기

봄 (Feat.황정호)

흩어진 말들을 모아 하나의 질서로 세우는 법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50 Movements] #9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 리처드 용재 오닐 & 디토 오케스트라 | Shos...

병원 광고비, 어디서 새고 있습니까? 팀퍼포먼스 정용훈 대표가 말하는 AI 병원 마케팅

믿음의 선배들(8) - 타협을 모르는 순교자, 로마의 히폴리투스

개인vs법인사업자 장단점과 법인전환 절세방법(feat. 가족법인과 영업권으로 절세하기)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8] - 사라진 열 지파, 흔적 찾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8) 욕망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영혼의 정교한 매뉴얼

#쏠롱구스노래들024 #SOS024 #광야 #Wilderness #정원진 #solongus #CCM #car...

HAUSER - Oblivion (Piazzolla)

칭찬사랑나눔 칭찬합시다축제시작된다. #칭찬문화

은혜와 감동이 물결치는 찬양 - 삼일노회 수련회

믿음의 선배들(7) - 열정의 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7] - 피 터지는 성전논쟁, 그 시작은?

캔바는 디자이너의 업무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l Canva 팝업 행사 디자인 과정 공개

내면의 깊은 성찰과 거룩한 감사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7)